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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경매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 대응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을 강제적으로 매각해서 그 대금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입니다. 그러나 모든 경매가 채권자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실제로는 채권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무잉여(無剩餘)’ 상태라고 부릅니다.
무잉여가 발생하면 경매절차는 중단되고 취소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동산경매의 ‘무잉여 취소’ 제도가 무엇인지와 그 발생 배경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잉여란 무엇인가?
‘무잉여’란 말 그대로 ‘남는 것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경매에서는 매각을 통해 발생한 대금에서 집행비용과 우선채권 등을 모두 변제하고도 남아야 압류채권자의 채권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남는 금액’이 아예 없거나 부족하다면 채권자는 아무런 실익 없이 경매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부동산 경매를 통해 1억 원의 낙찰대금이 형성되었지만 이 금액으로 우선채권자(예: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채권 9천만 원과 집행 관련 비용이 2천만 원이라면 이들을 먼저 변제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후순위 압류채권자는 사실상 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무잉여’이고 이 경우 법원은 압류채권자에게 ‘무잉여 통지’를 하게 됩니다.
무잉여 상태가 되면 경매는 자동으로 취소되나?
무잉여 상태가 확인되면 법원은 경매를 즉시 취소하지 않고 먼저 압류채권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합니다. 민사집행법상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합니다: 최저매각가격으로는 압류채권자보다 우선하는 채권들과 집행비용을 모두 충당하면 남을 금액이 없을 것으로 인정될 경우 압류채권자에게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통지를 받은 압류채권자는 1주일 내에 ① 자신이 매수하겠다고 신청 또는 ② 매수하지 않겠다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경매 취소를 수용할 것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압류채권자가 매수신청을 한다면 자신이 제시한 매수가격으로 실제로 입찰하겠다는 의미이므로 해당 매수신청과 함께 보증금을 제공해야 합니다. 반대로 아무런 조치 없이 1주일이 경과하면 법원은 경매절차를 자동으로 취소하게 됩니다. 이 절차가 바로 ‘무잉여 경매 취소’입니다.
압류채권자보다 우선하는 권리들인 ‘우선채권’이란?
무잉여 판단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압류채권자보다 우선하는 권리, 즉 우선채권입니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권리들이 포함됩니다
* 선순위 근저당권 등 담보권 : 등기부상 먼저 설정된 저당권 또는 근저당권이 대표적입니다. 근저당권의 경우 실제 채권액이 명확하지 않으면 등기된 채권최고액을 기준으로 우선채권으로 봅니다.
* 소멸할 예정의 전세권 : 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에 따라 배당요구를 한 전세권은 매각으로 소멸되므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도 우선변제권이 인정됩니다.
* 가등기담 보: 선순위 담보가등기의 경우 채권자가 집행법원에 담보목적임을 신고하고 채권을 증명하면 우선채권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단순한 순위보전용 가등기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우선채권들의 총액이 크고 또 집행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낙찰대금으로 이를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금액이 없을 경우 법원은 무잉여 상태로 보고 압류채권자에게 통지하는 것입니다.
무잉여 경매취소의 실제 절차
경매절차가 ‘무잉여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압류채권자에게 ‘무잉여 통지’를 발송하게 됩니다. 이후의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압류채권자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매수신청 및 보증제공을 할 수 있음
* 매수신청 금액은 우선채권과 절차비용을 모두 충당하고 남는 금액이 있어야 함
* 보증금은 매수신청금액에서 최저매각가격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현금 또는 유가증권을 공탁함
* 법원은 위 기간 내에 매수신청이 없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경매절차를 ‘결정’으로 취소함
위 7일의 기간이 지나더라도 아직 법원의 취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그 사이에 적법한 매수신청 및 보증제공을 하면 경매는 다시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법원이 실수로 무잉여 상태임에도 경매를 강행하고 매각을 허가하였다면 압류채권자 또는 우선채권자는 즉시항고를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나 소유자는 항고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판례).
무잉여 통지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잉여가 있다면?
경매가 무잉여로 분류되었더라도 실무에서는 실제로 잉여가 있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법원이 우선채권 금액을 과대 계산한 경우
* 최저매각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경우
이러한 경우 압류채권자는 무잉여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주일 내에 잉여가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경매계에 제출하면 경매절차는 계속 진행됩니다. 한편 법원의 무잉여취소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7일 이내에 즉시항고가 가능합니다. 이로써 잘못된 판단에 대해 압류채권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부동산경매는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무잉여 상태라면 경매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걸러내는 것이 바로 무잉여 취소 제도의 핵심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경매를 신청하기 전 해당 부동산에 대한 정밀한 권리분석을 통해 우선채권의 존재 유무와 규모를 파악하고 경매로 인해 실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무잉여 취소는 경매를 무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실익 있는 경매만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